[김경배의 매일경제 오피니언 칼럼] 간이역에 단 한 사람의 고객이 서 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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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배의 매일경제 오피니언 칼럼] 간이역에 단 한 사람의 고객이 서 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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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1.20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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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간이역에 단 한 사람의 고객이 서 있더라도… [매일경제]

2년 전쯤 SBS에서 ‘영동선을 아시는가’라는 다큐 프로그램이 방영된 적이 있다.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다녔다는 유행어가 퍼질 만큼 호황을 누렸던 탄광촌의 흥망성쇠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던 40년 철도인생의 노기관사, 산골마을 간이역을 지키는 사람들 그리고 산골분교 아이들까지 철도와 얽힌 우리가 다 알지 못했던 영동선의 갖가지 사연들을 오지의 겨울 풍경과 함께 담아내 깊은 감동을 주었다.

1963년 영주에서 강릉까지 연결된 영동선은 석탄산업의 사양화와 함께 이용인원이 급격히 줄었지만, 기차는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다른 교통수단이 접근하기 어려운 산간벽지 오지 노선을 오가며 국민의 발로 소임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작금의 상황을 보면 안타깝고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바로 국토부가 KTX 민간 개방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코레일의 적자가 인건비 비중이 높고 노동생산성이 낮기 때문이란다. 경쟁체제를 도입해 효율화하겠다는 것이다.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면 요금이 20% 인하되고 서비스도 좋아진다’고 허황된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과연 그럴까? 철도는 대표적인 국가기간산업이다. 적자 운운하며 경쟁체제 도입만을 주장하는 것은 국가기간산업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매우 무책임한 발언이다.

국토부 주장의 근거는 서울~부산간, 서울~광주간 고속철도(실제 이용인원의 36.9%에 불과)만을 분석한 한국교통연구원의 자료를 기초한 것으로, 이는 63.1%에 달하는 일반열차의 이용인원을 아주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플랫폼도 없는 태백산맥 끝자락 양원역, 마을 사람들이 직접 만든 한 평 남짓한 대합실이 전부이지만 오늘도 영동선 열차는 양원역에 정차한다. 마을 주민이라고 해봐야 70~80대의 노인들 20여명이 전부다. 하지만 기차는 이 오지마을의 사람들에게 바깥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통로이다.

2010년 영동선을 포함한 비수익 노선과 벽지 노선은 하루 평균 128회가 운행되었지만 이용인원은 고작 2만여명이었다고 한다. 영동선만 보면, 20개 역중 1일 이용인원이 백산역 2명, 양원역 3명, 임기역 7명으로 실제 열차를 타고 내리는 사람이 없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래도 기차는 달려야 한다. 기차는 국가기간산업이요, 국민의 발로서 사랑 받아왔고 앞으로도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미명하에 국가기간산업인 국민의 철도가 흔들리고 있다. 경쟁체제 도입에 따른 중복투자, 출혈경쟁, 비수익 노선, 벽지 노선의 운행회피로 인한 철도 공익성 훼손이 불을 보듯 뻔하다. 수익성이 없는 벽지 노선과 비수익 노선에서도 민간사업자가 국민의 발이라는 공익적 소임을 다할 수 있을까?

‘영동선을 아시는가’ 다큐에서 “하루에 한 사람이 철도를 이용하더라도 철도는 그 한 사람을 위해서 기차를 세워줘야 하는 거에요”라고 말하던 40년 철도인생의 노기관사의 말이 오늘 문득 더 아리게 가슴으로 파고든다. 간이역에 단 한 사람의 고객이 서 있더라도 기차는 달리고 싶다. 오늘도 내일도….

[김경배 교통환경문제연구포럼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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